제 강아지가 생애 첫 잔디에 올라서는 순간, 우리 강아지는 마치 로봇이 고장 나서 삐걱거리는 것처럼 엉거주춤하더니 이내 멈춰버렸습니다. 시청에서 행사를 진행해 구경차 들렀던 행사장 잔디 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요키 첫 잔디, 시청 행사장에서
근처 시청에서 처음으로 강아지 관련 행사를 연다고 홍보를 하길래 참여해 보았습니다. 마침 또 토요일에 행사를 진행해서 오전에 일 끝나고 들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가 지금의 요키를 입양하고 3달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행사장에는 각종 사이즈들의 강아지 옷들과 강아지 수제 간식, 한 업체에서 나온 사료 홍보, 키우는 강아지 그리기 체험, 강아지 행동 상담 등 작지만 알찬 구성으로 행사장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특히 강아지 사이즈별로 오프리쉬로 돌아다닐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두어 그게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 강아지도 집이 아닌 바깥에서 오프리쉬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었고, 다른 강아지들과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생애 처음으로 밟아본 잔디 위에서 우리 강아지는 고장 난 로봇처럼 삐걱거렸습니다. 발바닥에 닿는 천연 잔디의 느낌이 생소하기도 하고 좀 싫었나 봐요. 간식으로 꼬셔봐도 고작 두 걸음 정도 더 걷고는 얼음처럼 꼼짝없이 굳어서 그대로 서있었습니다. 그래서 잔디밭 옆 벽돌 길로 내려준 뒤 행사장을 좀 돌면서 산책을 좀 하고 다시 잔디밭 걷기에 도전했습니다. 오프리쉬로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이 잔디밭 위에 만들어져 있었거든요. 두 번째 시도한 잔디밭 걷기도 실패하고, 세 번째로 도전한 잔디밭 걷기에도 실패한 저는 우리 강아지를 안고 운동장에서 다른 강아지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것을 구경만 해야 했습니다.
나 좀 꺼내줘, 그 눈빛
좀 더 두면 익숙해지겠지 싶어 잔디밭 위에 그냥 두었더니 우리 요키는 제게 마치 '여기서 나 좀 꺼내줘'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발사하였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잔디밭 걷기를 시도했을 때는 그 눈빛을 보자마자 바로 안아주었었습니다. 하지만 오프리쉬 운동장에서 다른 강아지들과 뛰어놀게 하고 싶었던 저는 두 번째, 세 번째 잔디밭 걷기 시도에서는 녀석의 간절한 눈빛을 모른척하였습니다. 그랬더니 2~3걸음 정도 걷고는 잠시 멈추더니 이내 후다닥 뛰어서 스스로 잔디밭을 탈출해 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귀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습니다. 2~3걸음 정도 걷고 잠시 멈추었던 그 찰나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나 봐요. 이 잔디밭에서 벗어날 용기를 얻기 위해서요. 이렇게까지 잔디를 밟은 느낌이 싫은가 싶어서 그 뒤로는 잔디밭으로는 가지 않고 익숙한 시멘트 길을 걸어 다니며 행사도 구경하고 산책도 했습니다. 예민한 기질의 성격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 강아지는 뭔가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면 그것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잔디 밟기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강아지 발바닥, 이렇게 민감할 줄 몰랐다
그날 잔디밭 걷기를 시도하면서 우리 강아지는 발바닥 촉감에 매우 민감한 녀석이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배변판에 배변 훈련을 할 때도 배변판 돌기의 느낌 때문에 배변판에 배변 훈련하는 것을 실패한 전적이 있어서 발바닥 촉감이 예민한가 보다 생각은 했지만 잔디에서까지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게까지 잔디를 밟는 것을 싫어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겪어보기 전까지는 강아지는 당연히 잔디를 잘 걸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또 어이없는 게 우리 요키는 인조 잔디는 잘 걸어 다닙니다. 녀석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요. 아무튼 우리 요키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발바닥 촉감에 예민한 녀석이었습니다. 잔디에 대해 혹시나 안 좋은 기억이 남을까 봐 잔디밭에서 걷는 것은 포기하고 익숙한 시멘트 길로만 다녔습니다. 시멘트 길 위에서는 아주 신나게 걸어 다녔습니다. 사람들한테 이쁨도 받고요. 그래서 더욱더 신이 났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 정도 지나고 그때보다는 좀 더 큰 후에 잔디밭 걷기에 다시 도전했습니다. 웃긴 게 풀냄새 맡는 것은 또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럴 때 잠깐씩 잔디 위로 올라가서 발바닥에 느껴지는 잔디의 느낌에 익숙해지게도 해주고 짧게 걷기도 해 보고 그랬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지금 우리 강아지는 천연 잔디도 잘 걸어 다니는 아주 훌륭한 강아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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