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반려인에게는 인생의 타임라인이 '그 아이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2달이라는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나의 작은 요크셔테리어와 마주했던 그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천년 같던 기다림을 지나 마침내 품에 안았던 그날의 공기와 냄새,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아기 강아지의 눈빛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유난히 야속했던 도로 위에서 시작된 설렘
같이 일하는 선생님의 시댁에서 태어난 아기 강아지를 분양받기로 하고, 엄마 강아지 품에서 기본적인 예절과 정서적 안정을 배울 수 있도록 두 달을 꼬박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약속된 날, 같이 일하는 선생님의 남편분이 아이를 먼저 데려다 놓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미리 준비해 둔 이동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선생님 댁으로 가는 길은 평일이든 주말이든 늘 차가 막히는 상습 정체 구간이라 평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그날따라 도로 위에 꽉 막힌 차들이 왜 그리도 야속하고 싫었는지 모릅니다. '다들 집에 좀 있지, 왜 나와서 내 길을 막나' 하는 지금 생각하면 약간 어이없는 심술이 날 정도로 어서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안고 선생님 댁 엘리베이터를 올라갈 때의 그 터질 것 같던 공기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가방 바닥에 고개를 박고 졸던 천사와의 첫 조우
문을 열고 마주한 녀석은 사진으로 볼 때보다 훨씬 더 작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웠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형제들과 신나게 놀다가 막 잠이 든 상태였더라고요. 그렇지만 선생님이 약속이 있어서 자고 일어날때까지 머무를 수 없어서 준비해 간 가방으로 옮기려고 자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습니다. 그때 비몽사몽 자다가 번쩍 들린 녀석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졸음이 가득 묻어나는 얼굴로 "어! 뭐지?" 하는 듯 어리둥절해하던 그 무해한 표정 말이에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녀석의 귀여운 행동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낯선 가방 안이 어색했던 건지, 아니면 처음 겪는 자동차의 덜컹거리는 움직임에 긴장한 건지 졸려 죽겠으면서도 완전히 눕지를 못하더라고요. 결국 꼿꼿이 앉은 채로 고개만 가방 바닥에 콕 박고 꾸벅꾸벅 조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기가 막히게 귀엽던지 차 안에서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웃음) 한참을 그렇게 버티다가 결국엔 스르륵 완전히 누워 꿀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운전하는 남편 옆에서 녀석에게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자꾸 만지면 깰까 봐 만지고 싶은 손을 참느라 정말 혼이 났던 기억이 나네요.

꼬물거리던 탐색전과 파란만장했던 우리 집 첫날밤
드디어 집에 도착해 거실 한쪽에 아이를 살포시 내려놓았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선 공간이라 무서웠는지 움직임도 거의 없이 커다란 눈만 요리조리 굴리며 눈으로만 탐색을 하더라고요.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며 안심이 되었는지 거실 한정으로 꼬물꼬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조그만 발로 냄새를 킁킁 맡으며 베개 위에도 올라가 보고, 새로 장만한 방석 위에도 올라가 보는 모습이 마치 작은 인형이 걸어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꽉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탐색전 끝에 피곤했는지 방석 위에서 한참을 깊게 잠들었습니다. 집안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면 실눈만 살짝 떴다가 이내 안심하고 다시 잠드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아, 이 녀석 우리 집에 적응은 기가 막히게 잘하겠구나' 싶어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난 녀석은 본격적으로 거실 담요에 거하게 쉬야를 하며 마치 자기 집으로 찜하는듯이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미리 준비해 둔 사료를 물에 불려주었지만, 첫날이라 긴장했는지 입도 잘 대지 않더라고요. 진짜 난관은 밤이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자다가 혹시라도 저희 부부 발에 차이거나 다칠까 봐 펜스를 치고 그 안에 밥그릇, 집, 패드를 넣어주었는데, 갇힌 게 싫었는지 깽깽대며 울기 시작하더라고요.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모르는 척 눈을 감고 버텼더니, 녀석도 지쳤는지 어영부영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애틋하고도 정신없었던 우리의 첫날밤이 지나갔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작던 아기가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을 정도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첫날 울타리 안에서 깽깽대던 녀석은 결국 다음 날부터 저희 침대를 차지했고, 지금까지 분리 수면 없이 제 팔베개를 베고 자는 껌딱지가 되었으니까요. 밥을 안 먹어 속을 썩이기도 하고 개춘기가 와서 반항도 하지만, 제 손을 타며 잠들던 그날의 냄새와 공기를 기억하기에 매 순간이 감사하고 소중합니다. 여러분의 반려견과의 첫날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