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전에 들은 말이라 제대로 기억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다녔던 동물병원 선생님이 "강아지는 짖고, 뛰고, 냄새 맡는 게 삶의 전부인 녀석들이다"라고 말하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맞는 말인 거 같더라고요. 하지만 아파트나 주택가에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다 보면 마음껏 짖게 내버려 둘 순 없잖아요? 그러면 남은 2가지를 충족시켜 주어야 하는데 그 2가지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바로 산책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냄새로 세상을 읽는 탐정, 후각 활동의 놀라운 효과
강아지들에게 산책은 단순히 화장실을 가거나 바람을 쐬는 외출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이자, 뇌를 활발하게 자극하는 일종의 '놀이'인 셈이죠. 강아지들은 후각을 통해 주변 정보를 인식하고 환경의 안전 여부를 판단합니다. 우리 요키도 밖에 나가면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어서 1미터를 가는 데도 한참이 걸리곤 해요. 가끔은 '대체 무슨 정보를 읽고 있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답니다. 이렇게 천천히 냄새를 맡는 과정은 인지 기능을 유지해 주고 노령기에 접어들었을 때 뇌 건강을 지켜 치매 예방에도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보호자가 산책을 서두르며 줄을 당기기보다는, 아이가 충분히 세상을 탐색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가끔은 너무 한걸음 가서 냄새를 맡고 한걸음 가서 냄새 맡고 계속 그래서 가자고 줄을 톡톡 친적이 있긴 해요.(웃음) 여하튼 이런 본능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에너지가 독이 되어 짖음, 파괴 행동, 분리불안 같은 문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킁킁거리는 그 짧은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독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산책을 가장한 운동? 신체 건강과 유대감 쌓기
산책은 반려견의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근육과 관절을 골고루 사용하게 하는 가장 안전한 운동입니다. 특히 중성화 수술 이후에는 활동량이 줄어 살이 찌기 쉬운데, 규칙적인 산책만큼 비만 예방에 효과적인 게 없죠. 우리 요키 같은 경우, 산책하다가 쭉 뻗은 길을 만나면 갑자기 달리고 싶어 지는지 냅다 달리기를 시작해요. 그럼 줄을 잡고 있는 저도 같이 뛰어야 하죠. 제 체력이 부족한 걸 아는지 좀 뛰다가 쉬어주기도 하는데, 이게 반복되니 내가 산책을 시키는 건지 '운동을 당하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어요. 또, 가끔은 오프리쉬로 마음껏 뛰게 해주려고 강아지 운동장에 데려가도 막상 거기선 별로 뛰지도 않고 냄새만 맡더라고요. 결국 냄새만 실컷 맡고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이렇듯 뛰든 걷든 보호자와 같이 산책을 하며 발맞춰 걷는 그 시간 자체가 강아지와 보호자 서로에게 신뢰와 애정을 쌓는 소중한 교감의 시간이 되고, 강아지는 스트레스를 풀며 신나고 즐거운 시간이 되고, 보호자는 체력이 길러지니 이것이야 말로 일석삼조 아니겠어요?(웃음) 또, 보호자의 속도에 맞추고 신호를 이해하며 걷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복종심도 길러지니, 산책은 정말 최고의 교육 현장이기도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함이 만드는 기적
확실히 산책을 못 나가는 날이면 아이가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에너지가 해소되지 않으니 짖기도 하고, 괜히 장롱 문짝을 씹으려고 하더라고요. 집에서 터그 놀이나 노즈워크를 해주긴 하지만, 밖에서 직접 느끼는 자극을 100% 대신하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미세먼지가 최악이거나 황사, 비가 많이 내리거나, 눈이 내리는 날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산책을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다만 요즘같이 더워지는 여름철의 뜨거운 아스팔트는 발바닥 화상을 입힐 수 있고, 겨울철 눈이 온 다음 날 생기는 빙판길은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노면 상태를 잘 확인하고 한여름에는 한낮을 피해 아침이나 저녁 시간대에 산책을 하고요, 산책 후에는 발바닥과 피부 상태를 꼼꼼히 살펴 혹시 모르게 다치거나 안 좋은 곳이 있는지 꼭 확인합니다. 우리 요키는 산책을 나가면 신나 하는 모습이 보여서 덩달아 저도 같이 신나 지더라고요. 이렇듯 반려견의 행복은 보호자와 함께 매일 반복되는 이 짧은 산책길에서 시작된다는 걸 다시금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