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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개 개고 있으면 슬쩍 와서 물고 도망가는 프로 방해꾼

by 푸르오 2026. 6. 5.

반려견을 키우는 집사들에게 매일 반복되는 가사 노동은 단순한 집안일이 아닙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치열하고도 귀여운 기싸움의 연속이죠. 특히 건조기에서 갓 꺼낸 따끈따끈한 세탁물들이 거실 바닥에 쌓이는 순간, 우리 집 요크셔테리어의 눈빛은 무섭게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제가 빨래를 개려고만 하면 어디선가 슬쩍 나타나 양말을 물고 냅다 도망치는, 우리 집 요키의 아주 발칙하고 깜찍한 방해 작전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빨래 더미 속에 파묻혀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보호자를 쳐다보는 요크셔테리어의 사진

개어놓은 빨래 공략과 하찮고 귀여운 양말 사수 궐기대회

우리 요키는 제가 잘 마른 빨래들을 개려고 거실에 자리를 잡으면, 귀신같이 알고 껌딱지처럼 쫓아와 빨래들 사이에 제 몸을 쏙 집어넣고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집사가 정성껏 개어놓은 빨래들을 공략하기 시작하죠. 아직 개기 전이거나 방금 예쁘게 접어둔 옷을 입으로 앙 물고 질질 끌고 가려다가 제 손에 붙잡혀 검거되기도 일쑤인데요. 그중에서도 녀석이 가장 사랑하는 타깃은 단연 '양말'입니다. 양말 하나를 목표로 삼으면 잽싸게 입에 물고는 거실 저편에 있는 자기 집으로 빛의 속도로 도망을 가버립니다.

그러고는 자기 집 안에서 제 눈치를 살살 살피기 시작해요. 제가 빼앗긴 양말을 회수하려 다가가면, 절대 못 가져가게 하겠다는 듯 코에 주름을 팍 잡고 "으으릉..." 하며 소심하게 으르렁거립니다. 조그만 녀석이 "으으릉.."거리며 경계 태세를 갖추는 그 모습이 제 눈에는 정말 너무나 하찮고 귀여워서 웃음이 터져 나오죠. 간혹 자기가 불리하다 싶으면 세상에서 가장 무해하고 이쁜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기도 합니다. 마치 "엄마, 내가 이렇게 이쁘게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는데 진짜 가져갈 거야?" 하고 시위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 모습이 심장이 아플 정도로 사랑스럽긴 하지만, 어림없습니다. 단호한 눈빛으로 빨래는 무조건 무사히 회수해야 마무리가 됩니다.

막히면 더 치밀해지는 요키의 뇌섹 반항과 앙큼한 분풀이

양말을 물고 도망가려는 작전이 번번이 저에게 막히면, 녀석은 이제 나름의 눈치싸움을 걸어옵니다. 개어놓은 수건이나 옷더미 옆에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괜히 딴청을 피우듯 기지개를 쭉 켜며 몸을 늘려요.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빨래 주변 공기를 향해 "앙앙!" 하고 무는 시늉을 하죠. 자기는 빨래에 관심이 없는 척 연기를 하다가, 제가 다른 옷으로 시선을 돌리는 그 찰나의 기회를 포착해 잽싸게 하나를 낚아채 도망치려고 잔머리를 굴리는 것입니다. 정말 머리 꼭대기에서 노는 듯한 그 행동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귀여워서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이 지독하게 사랑스러운 순간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꼭 찍어서 남겨두고 싶은데, 참 머피의 법칙처럼 꼭 이럴 때는 제 손에 스마트폰이 없습니다. 매번 "아, 폰 가져올걸!" 하고 후회하지만 이미 타이밍은 늦었고, 결국 늘 제 두 눈에만 소중하게 담아두게 되네요. 그렇게 눈치 작전까지 완벽하게 실패하고 나면, 녀석은 나름대로 머리가 컸다고 앙큼한 분풀이를 시전 합니다. 제가 공들여 착착 쌓아놓은 빨래탑을  물어서 무너뜨리거나 몸으로 비벼서 다 흐트러뜨려 놓는 거죠. 아주 깜찍하고 발칙한 반항아가 따로 없습니다.

방해꾼이면 어때, 집사 껌딱지와 함께하는 행복한 가사 노동

이렇듯 요즘 저에게는 지루하고 귀찮기만 했던 빨래 개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 놀이 시간이 되었습니다. 맹목적으로 양말을 사수하려는 녀석의 엉뚱한 행동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또 쫓고 쫓기는 대치를 벌이다 보면 하루 동안 쌓였던 직장 스트레스와 피로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 들거든요. 계속해서 마냥 어린 아기 강아지 일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제게 눈치 싸움을 걸어올 만큼 씩씩하게 잘 자라준  것 같아 뭉클하기도 하고, 시간이 빠르구나 싶기도 해요. 어딜 가든 엄마 껌딱지처럼 딱 붙어서 온갖 귀여운 방해 아닌 방해를 일삼는 우리 요키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 행동은 아마도 "나랑 놀아줘"라고 하는 녀석의 사랑 표현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비록 개어놓은 양말은 한 번 더 손이 가고 수건은 다시 접어야 하지만, 녀석이 주는 이 확실한 행복 덕분에 오늘도 거실 바닥에 앉아 즐거운 신경전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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